안도감 일 상


아이와 목욕을 하고 로션을 바르고 몸을 닦기 위해 변기 커버를 내리고 그 위에 세웠다. 평소 같으면 바닥에서 했겠지만 그 날은 화장실 청소를 하고 난 뒤라 바닥이 젖어 어쩔 수 없었다. 한 손으로 꼭 잡고 천천히 닦고 로션을 바르려고 하는데 아이가 내 허리를 두 손으로 감싸며 꼬옥 끌어 안았다.

"높아서 무섭니?"
"응"

"이 정도는 괜찮은 것 같은데?"
"아니야. 무서워."

재빨리 옷을 입히고 화장실을 나왔다. 아이가 내 허리를 끌어 안았던 그 순간 행복함에 미소를 지었다. 온전하게 나를 의지하고 있다는 것은 안도감을 준다. 그리고 이런 행복감을 가진다는 것은 세상을 보는 눈을 더 넓게 만들어 준다. 내가 바라 보는 시각과 관념을 바꾸기 위해서는 계기가 필요한데 결혼과 아이는 그걸 충족시켜준다.

다음 날 출근길 지하철, 한 노부부를 보았다. 북적이는 지하철에서 할아버지는 앞을 바라보며 가방을 매고 계셨고,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놓칠세라 가방끈을 꼭 부여 잡고 계셨다. 어제 나의 감정선이 이어지듯 그 순간 왠지 모를 기쁨이 느껴졌다. 아이는 시간이 지나면 나를 의지 하지 않을 것이고, 내가 늙어감에 따라 원하든 원치 않았든 아이에게 심적으로 기대게 될 것이며, 나와 아내는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. 이틀의 짧은 시간 동안 먼 미래를 다녀오는 듯 기분이 묘했다. 퇴근 후 아내를 보았을 때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바라 볼 수 있었다. 또 다른 안도감이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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